지진발생 위기경보 '경계' 발령문자
오늘 저녁에 갑자기 전북 장수군에서 지진발생으로 인한 위기경보 발령 문자 받아보시고 조금은 놀라셨을텐데요, 저도 핸드폰에서 울리는 위기경보 사이렌을 듣고 깜짝놀랐네요. 지진 발생 문자를 받자마자 '목조건물은 지진에 얼마나 잘 견딜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아마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을거 같아 오늘은 지진과 목조건물에 대한 포스팅을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는 세계 최고층 목조빌딩에 대한 지진 진동대 테스트가 진행되었었는데요. 마침 제가 그 테스트 현장에 초청을 받아 직접 눈으로 지켜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날 경험한 내용(지진과 목조건물에 대한 구조적 안정성)을 상세하게 정리해서 여러분의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리도록 할게요.

우리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자연재해는 지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요. 지진은 그 파괴력으로 인해 항상 우리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지진으로 인한 건물 파괴는 재산과 인명 피해에 직결되죠. 최근 내진설계에 대한 연구와 지진에 대한 안전 대책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이를 위해 세계 각지에서는 다양한 건축구조에 대한 지진 테스트를 실험하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중 일본과 미국은 지진에 대한 대비를 철저하게 하는 나라로 잘 알려져 있죠. 두 나라는 과거 대지진으로 인해 막심한 피해를 경험해 본적이 있어요. 우리나라도 과거 여러차례 지진이 발생하면서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요.
목조로 고층을 지을 수 있는 공법 '매스팀버 Mass Timber'
두 나라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목조주택을 많이 짓는다는 거에요. 대부분은 경량목구조(Light Wood Frame, 가늘고 긴 규격목재를 사용한 목골조)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경량목구조는 여러 형태의 지진에 상당히 잘 대응하는 구조방식으로 역사적으로도 이미 검증된 사실입니다. 10년 전 일본에서는 6층 규모의 목조공동주택의 실물대 지진 테스트가 진행된 적이 있었는데요. 규모 6.5~7.3까지의 진동을 약 40초간 가하는 극한 상황을 가상으로 구현한 테스트였죠. 그 결과 구조적으로 전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어요. 이 실험을 통해 경량목구조의 중층건물에 대한 구조적 안정성이 검증된 셈이었죠. 이 실험 이후 5~6층 규모의 공동주택도 경량목구조로 무리 없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도시화 추세에 따라 20층이 넘는 초고층 주거 및 주상복합 건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목재의 높은 구조적 효율성과 환경에 대한 이점 때문에 초고층 건물을 콘크리트나 스틸 대신 목재를 사용해서 짓는 대형 목구조, 즉 매스팀버(Mass Timber) 방식이 점차 인기를 끌고 있죠. 초고층 목조건물이 하나 둘 완공되자, 더 높은 목조빌딩을 짓고자 계획하는 나라도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초고층 목구조가 지금보다 널리 채택되려면 지진과 같은 극한의 자연 재해 시뮬레이션을 통해 매스팀버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험 결과 규모 6.0 진동에도 안전
지난 4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옥외 진동대 테스트 연구동에서는 10층 규모의 매스팀버 건물에 대한 지진 테스트가 진행됐는데요. 이번 고층 목조건물의 구조안전을 위한 연구를 위해 산학연이 협력하여 2017년부터 철저한 사전 준비작업을 해왔다고 하네요.


이번 미국 현지 참관 기회는 세계적 구조용 철물 제조 전문 기업인 ‘심슨 스트롱타이(Simpson Strong-Tie)’ 사의 초청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제가 지진 진동대 시험장에 도착하자마자 지진 시뮬레이션을 위해 구축된 건물로 안내되었는데요. 이 건물은 전문연구자들에 의해 지진 발생 시의 진동을 최대한 재현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외부와 내부에는 수십 대의 카메라와 수많은 측정기구들이 설치되어있었고요. 가속도계, 스트레인 게이지 및 변위 센서는 귀중한 데이터를 제공하여 연구자들이 다양한 지진 조건에서 구조물의 무결성과 성능을 평가할 수 있도록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었죠. 건물 외형의 흔들림을 체크하기 위해 여러 대의 드론이 하늘에서 대기하고 있었어요.

그동안 이 실험장에서는 본 건물에 대해 5.0 이하 규모의 진동 테스트를 수차례 실험했었고, 이번에 처음으로 규모 6.0 진동을 약 30초간 가하는 실험이 진행될 예정이었어요. 시험은 플랫폼과 진동기를 이용하여 진행되었는데, 이는 실제 지진의 움직임과 진동을 모방하여 건물의 특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실험을 알리는 경적이 울리자 마자, 건물을 받치고 있는 베이스 플랫폼이 흔들리고 진동기가 가동되었는데요. 시간이 조금 흐르자 실험체의 상부가 강력한 힘에 의해 좌우로 흔들리는게 눈으로 보였어요. 하지만 구조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죠. 참가자들의 함성과 함께 실험은 성공적으로 마쳤답니다. 진동대가 멈춰서고 연구자들은 실험체의 변화를 체크했는데요. 실험체에서 어떤 구조적인 변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말을 들었죠.



실험이 끝나고 저는 연구자들과 함께 10층 목조건물의 내부를 층별로 직접 보면서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연구자들의 말처럼 그 어떤 곳에서도 건물의 이상을 감지하지는 못했어요. 목재와 구조용 철물이 적절하게 잘 조합되어 설치되는 것이 구조적 안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뜻 깊은 기회가 되었답니다.
고층에도 목구조 적용 가능성 확인
실험체의 구조용 철물을 설계하고 제조, 설치까지 지원한 심슨 스트롱타이 사의 연구 책임자 스티브 프라이어(Steve Pryor)씨는 “이 프로젝트의 비전은 건물 복원력을 정량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고층목조 건물에 대한 내진 설계 방법론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것입니다.”라며 이번 실험이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지역의 고층목조 건물을 위한 건축 자재로서 매스팀버를 검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어요. 매스팀버 지진 테스트 결과는 지속 가능한 건설의 미래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지진 하중으로부터 매스팀버 구조물의 강점과 취약성을 이해함으로써 구조엔지니어와 건축가는 설계를 최적화하여 지진으로 인한 위험을 완화하는 더 안전하고 탄력적인 목조건물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이번 고층목조건물 지진 테스트는 건물이 지진하중을 받았을 때, 매스팀버라는 건축 자재의 구조적 성능을 밝혀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해요. 이런 테스트 결과는 매스팀버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지속적인 노력 덕분이었죠. 이는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지역에서 탄력 있고 친환경적인 초고층 목조건물의 건축을 가능하게 하는 미래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탄탄한 기초가 될거라고 봅니다. 앞으로 내년 3월까지 규모 7이 넘는 실험을 포함한 여러 가지 추가 실험이 이곳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초고층 목조건물의 구조적 안정성 확보를 위한 5년간의 노력과 노고가 좋은 열매를 맺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 정책을 통해 여러 산업계에서 탄소발생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건축물에 목재를 사용함으로 얻을 수 있는 환경적인 장점도 이미 오래전부터 검증되었죠.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 구조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능력도 이번 지진 진동대 테스트를 통해서 또 한 번 입증이 된 셈입니다. 도시에 숲을 만드는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더 많은 목조건물이 지어지는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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